한국 전통음식의 상차림

전통음식의 상차림

1) 일상의 상차림

한국의 일상식 상차림은 쌀과 잡곡으로 지은 밥을 주식으로 하고, 여기에 반찬을 곁들여 밥과 반찬으로 구성한 반상차림이 가장 일반적이다. 조선시대에 이러한 일상식 상차림의 구성법이 정착되었고,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상을 차린다.

(1) 상차림의 원칙

① 밥이 주가 되고 반찬이 부가 된다.

② 밥그릇은 상의 앞줄 중간보다 왼쪽에, 국그릇은 오른쪽에 놓는다.

③ 국물 있는 그릇은 오른쪽 가까이에, 수저는 반드시 오른쪽에 놓는다.

④ 영양과 맛을 고려하여 재료와 조리법을 선택하여 상을 차린다.

⑤ 식사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외상과 겸상으로 나눈다. 손님에게는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외상으로 대접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⑥ 상은 네모지거나 둥근 것을 쓰고 음식을 차릴 때에는 반드시 음식을 높이는 정도를 일정하게 한다.

(2) 상차림의 종류

상차림은 한 상에 차려지는 주식 및 반찬의 종류와 가짓수, 배열방법을 의미한다. 일상식으로는 반상, 죽상, 면상, 만두상, 떡국상, 손님 접대용으로는 주안상, 교자상, 다과상이 있다.

① 반 상

밥, 탕(국), 김치를 기본으로 차리는 밥상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는 밥상, 어른에게는 진짓상이라고 하며, 임금님 밥상은 수라상이라고 한다. 첩 수로 상차림을 구분하는데, 첩이란 뚜껑이 있는 반찬 그릇(쟁첩)을 말하는 것으로 밥, 탕(국), 김치, 장, 찌개, 찜, 전골 등을 제외한 반찬 그릇의 수(첩수)에 따라 구분하였다. 3첩은 서민층, 5첩은 여유가 있는 서민층, 7첩과 9첩은 반가의 일반상차림이었으며, 12첩은 임금님만 드실 수 있는 상차림으로 수라상이라 하였다.

② 죽 상

죽은 주식으로 한 상차림이며, 보양식으로 이용하거나 궁에서는 탕약을 드시지 않는 날에 초조반으로 내어가기도 했다. 죽은 재료에 따라 흰 죽, 두태죽, 장국죽, 어패류 죽, 비단죽 등이 있으며, 반찬으로는 동치미, 나박김치, 북어보푸라기, 미역자반 등을 곁들여 낸다.

③ 면상, 만두상, 떡국상

밥을 대신하여 점심 또는 간단한 식사 때 차리는 상이다. 전유어, 잡채, 배추김치, 나박김치 등을 반찬으로 상에 올린다.

④ 주안상

술을 대접하기 위해 차리는 상이다. 술과 함께 우선 포나 마른안주를 낸다음 전골이나 찌개, 전유어, 회, 편육, 김치를 술안주로 상에 올린다. 술을 거의 들고나면 면이나 떡국 등 주식을 내가고, 후식으로 조과, 생과, 화채 등을 한 가지 정도씩 내간다.

⑤ 교자상

경사가 있을 때 여러 사람이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먹도록 장방형의 큰상 또는 대원반에 차리는 상이다. 주식으로 냉면, 온면, 떡국, 만두 중에서 계절에 맞는 것을 선택하고, 탕, 찜, 전유어, 편육, 적, 회, 겨자채, 잡채, 구절판, 신선로 등을 반찬으로 놓는다. 배추김치, 오이소박이, 나박김치, 장김치 중에서 두 가지쯤 상에 차린다. 음식을 다 들고나면 다과를 내간다.

⑥ 다과상

다과가 중심인 상차림으로, 증편이나 단자 등의 떡 종류와, 약식, 정과, 약과, 강정류, 다식, 생과일, 화채, 더운 차 등을 차려 식간이나 후식으로 즐긴다.

2) 통과의례 상차림 및 음식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행하는 의식을 통과의례라 하고, 음식을 갖추어서 의례를 지킨다. 즉, 탄생, 삼칠일, 백일, 돌, 관례, 혼례, 회갑, 회혼례, 상례, 제례 등을 거치게 되는데, 그때마다 특별한 상차림이 있다. 현재까지도 우리 식생활에서 차려지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상차림이 있다.

(1) 백일상

출생 후 백일이 되는 날을 축하하기 위하여 차리는 상이다. 백일상은 흰밥, 고기를 넣고 끓인 미역국, 푸른색의 나물, 백설기, 붉은 팥고물을 묻힌 차수수경단과 작은 오색 송편으로 상을 차린다. 백설기는 신성함, 붉은 팥고물 차수수경단은 나쁜 일을 막음, 오색 송편은 만물의 조화의 의미가 담겨 있다.

(2) 돌 상

아기가 태어나서 만으로 한 해가 되는 날을 돌이라 한다. 백일잔치는 못하더라도 돌잔치만은 빈부를 막론하고 차려준다. 돌상에 차리는 음식과 물건은 아기의 장수, 자손의 번성과 다재다복의 의미가 담겨 있다. 돌상에는 아기를 위해 새로 마련한 밥그릇과 국그릇에 흰밥과 미역국을 담아놓고, 푸른 나물, 백설기, 인절미, 오색 송편, 붉은팥 차수수경단, 생과일, 쌀, 국수, 대추, 흰 타래실, 돈 등을 놓는다. 그 외에 남자아이에게는 활과 화살, 천자문, 종이, 붓, 벼루, 먹을 놓고, 여자아이에게는 천자문 대신 국문책을 놓고 활과 화살 대신에 색실, 자 등을 놓는다. 돌잡이는 돌상 앞에 무명천을 놓고 아기를 올려 앉히고 돌상 위의 물건이나 음식을 잡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을 먼저 잡느냐에 따라 아기의 장래를 점치며 즐거워한다. 무명실과 국수는 장수, 쌀은 먹을 복, 대추는 자손 번영, 종이, 붓, 책은 학문이 탁월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놓는다. 활은 용감하고 무술이 능하기를, 자와 청실, 홍실은 여자가 바느질을 잘하기를 기원하는 옛 풍습이다. 요즈음은 남녀평등사상으로 인해 남녀에 따라 돌상에 놓는 물건들이 차이가 없는 경향이 있다.

(3) 혼례음식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양식으로 혼례를 치르고 우리나라 전통의식 중에서 일부분만 따르는 실정이다. 혼례음식 및 상차림에는 봉치떡(봉채떡), 교배상, 폐백음식, 큰상 등이 있고, 혼례의 여러 단계에서 각각 다른 의식에 쓰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음식이 다르다. 혼례음식은 많이 간소화하여 납폐의식 때의 봉치떡과 폐백을 드릴 때 준비하는 음식만이 지금까지 만들어지고 있는데, 전통을 살리고 현대인의 생활과 예의에 적합하게 준비한 혼례음식을 계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